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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8월] 저출산 원인과 정책

2024-07-30 | 관리자 | 조회 1,695

<저출산 원인과 정책>

                                                                                                                                              





                              



     

광주대학교 유아교육학과 김승희 교수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세계적 관심거리다. 2023년 합계 출산율이 0.72명을 기록하는 등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게 출산율이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하면서 저출산 문제에 대한 총력 대응을 선포한 바 있다. 출산 가구 대상 주택공급을 늘리고, 난임 시술 본인 부담률을 인하하고, 자녀 세액 기본공제를 확대하는 등의 다양한 정책을 실행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처럼 수많은 저출산 대책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저출산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채 매년 보여주기식으로 정책을 만들기 때문이다. 원인을 알아야 정확한 대책을 세울 수 있는데, 정부는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재탕 삼탕의 정책만 발표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는 출산이나 육아와 연관되지 않는 예산까지 저출산 예산에 포함하여 마치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문화체육관광부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가족 여가 프로그램 개발 사업을, 교육부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대학교의 학과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프라임 사업을 저출산 예산으로 편성하였다. 이렇게 엉뚱한 예산까지 저출산 예산에 포함하는 이유는 저출산 예산이라는 용어가 학문적으로 규정된 것이 아니라 정책의 편의를 위해 임의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 지금까지 정부는 저출산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지 않았으며 사실상 저출산 문제 해결에 미온적이었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저출산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실질적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저출산의 원인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측면에서 논할 수 있다. 먼저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서 출산을 포기한다. 아이에 직접 들어가는 양육비와 교육비를 비롯하여 교육환경이나 학군과 연관된 주거비 때문에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다. 특히 주거비 부담이 출산 포기의 가장 큰 원인인데, 왜냐하면 그 액수가 커서 비용 마련이 어렵기 때문이다. 양육비와 교육비는 절약하거나 여러 가지 대안 중 가장 적절한 것을 찾아서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주거비는 목돈이 들어가고 교육환경이나 학군이 좋을수록 천문학적으로 커져서 비용 마련이 어렵다. 높은 주거비 때문에 아이를 낳고 기를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사회적 측면에서 볼 때, 출산휴가나 육아 휴직과 같은 제도 정착이 미흡하여 출산을 포기한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시간이 없으면 아이를 기를 수 없다. 부모가 아이를 직접 돌볼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어야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다. 아이가 낮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시간을 보내더라도 저녁에는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급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퇴근하고, 눈치 보지 않고 출산휴가나 육아 휴직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육아 휴직 후 경력 단절의 위험이 상존한다. 대기업과 공무원이 아니라면 육아 휴직이 사실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아이와 일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살기 위해 일해야만 젊은 세대에게 출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문화적 측면에서 볼 때,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갇혀서 출산을 포기한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핵가족을 이상적 가족 형태로 간주하는 사고방식으로, 특정 형태의 가족만 정상이고 다른 형태의 가족은 비정상으로 낙인찍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미혼모나 미혼부의 경우, 끝없이 가해지는 손가락질을 견디다 못해 결국 아이를 버리거나 입양을 보낸다. 합계 출산율이 1.8명으로 유럽 최고 수준인 프랑스의 비혼 출산 비율은 2020년 기준 62.6%, 2.5%인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치를 보인다. 이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족 형태가 인정될 때 출산율이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세 가지 측면에서 저출산의 원인을 살펴본 결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다양한 주거 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최근 하루 임대료가 천 원인 천원주택, 월 임대료가 만 원인 만원주택, 시세의 절반인 반값 전세 등 다양한 주거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젊은 세대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지역 소멸을 막겠다는 지자체의 고육지책이다. 목돈 마련이 어려운 젊은 세대의 주거비 부담이 감소하려면 더 다양하고 파격적인 주거 정책이 안정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더불어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정부는 양육수당과 교육급여 바우처와 같은 현금성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직접적 혜택이 주어질 때 부담감은 줄고 양육 효능감은 증가하게 된다.


다음으로 육아 휴직 의무화가 시행되어야 한다. 지난 2월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20.1%가 육아 휴직 의무화를 저출산 문제 해결방법으로 지적하였다. 그만큼 육아 휴직이 절실함에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난다. 육아 휴직 후 불이익 없이 부모 각자 1년 만이라도 육아 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면 대부분 젊은 세대는 출산을 계획할 수 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임신, 출산, 육아 관련 위반 사건 중 기소되거나 과태료가 부과된 비율은 6.8%에 그친다. 위반해도 처벌이 약하니까 사업주가 출산휴가나 육아 휴직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사업주가 반드시 지킬 수 있도록 육아 휴직 의무화가 법으로 강제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율은 31.7%로 전체 가구 중 가장 많고, 4인 가구 비율은 15.6%에 그친다. 전체 약 2,148만 가구 중 한부모가구는 약 153, 외국인 가구는 약 54, 다문화 가구는 약 37만을 차지한다. 이미 한국 사회에 다양한 가족 형태가 존재하고 있음이 통계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갇혀서 많은 가족이 비정상으로 낙인찍히며 고통받고 있다. 비혼이거나 입양하거나 외국인이거나 친구와 살아도 가족이 될 수 있다. 꼭 결혼한 다음에 출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떤 가족 형태도 수용하는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에서 출산과 양육은 행복한 일이 될 수 있다.


지금은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할 만큼 어떤 저출산 대책이 효과적이냐 아니냐를 따질 상황이 아니다. 현금성 지원으로 출산율이 높아지느냐 아니냐를 따지는 게 사치스러운 상황이다. 출산율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면 무슨 정책이라도 다 사용해야 한다. 젊은 세대가 영원히 젊지 않으며, 출산할 마음이 항상 지속하지 않는다. 아이를 낳고 기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때 부담 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가 있어도 어떻게 운용되느냐에 따라 그 실효성은 천차만별이다. 특히 정책은 안정성이 담보되어야 실효성이 높아진다. 정책이 안정적으로 시행되어야 정책을 믿고 정책을 이용하는 것이다. 수많은 저출산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남발되기 때문이다. , 정책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으니까 젊은 세대가 정부를 믿지 못하고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다. 앞으로 저출산 정책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도 일관성 있게 안정적으로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젊은 세대가 아이를 낳아도 괜찮겠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는 책임감 있게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