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허스토리 기획전시 공모전 수상작

《가녀린 봉쇄》

  • 기 간
    2022.06.02(목) ~ 2022.08.03(수)
  • 관 람 료
    무료
  • 장 소
    재단 3층 여성전시관 「Herstory」 제2~3전시실
  • 주 최
    광주여성가족재단
  • 참여작가
    박심정훈

3살 봄, “끼이이익-“ 소리와 함께 오토바이에게 들이받힌다.

어머니는 펑펑 울며 의식을 잃은 나를 들쳐 업어 병원으로 향한다.

내 두개골엔 커다란 금이 남겨졌다.

 

8, 다같이 한 장소에서 쇠로 만든 식판에 쇠로 만든 수저로 밥을 먹는다.

쓱쓱쓱쓱누가 쌀알에 농부의 피와 땀이 담겼으니 한 톨도 남기지 말라 했던가.

내 입에선 밥과 반찬이 아닌 피의 맛이 느껴진다.

 

9, 음악 수업이 진행 중인 교실은 공명하는 쇳덩이들로 가득하다.

--“ 트라이앵글, “찰랑찰랑탬버린,

내 머리 속에서 공명하며 뇌 사이사이를 찔러대는 역겨운 소리들.

 

24, 뒤늦게 간 훈련소에서 설거지를 한다.

끼이익-끼이익-”, 굉음을 내는 쇠식기들이 비질서적으로 부딪히며 쌓여 헹궈진다.

밤마다 두통에 시달리길 며칠, 결국 귀가조치를 받았고 우울증과 조울증 진단을 받는다.

나는 쇳덩이에 의해 변형되어왔고, 파괴되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

 

이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진 것 같은 무력감에 내가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했을 때, 붙잡아주신 것은 어머니였다.

엄마가 도와줄게, 살아만 다오.”

우리는 부예진 시야 사이로, 서로를 바라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공예작가셨던 어머니는 작가생활을 포기하시면서까지 나를 헌신적으로 키우셨고,

나도 조금씩 나아지기 위하여 한걸음씩을 내딛었다.

 

움직이지 않는 것들은 소리를 낼 수 없다.

나는 어머니의 재료로 쇠의 움직임을 제한한다,

가녀린 것들로 저 억센 것들을 봉쇄한다,

몸이 약했던 어머니가 나를 지키고자 모든 시련들과 맞서 싸우셨던 것처럼.